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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치』저널

[세계정치 제29호] 감정의 세계, 정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12.07 조회수 1071
첨부파일 file 세계정치29호표지.jpg [198kb]

감정을 우리 삶과 세계(관)의 중심으로 끌어오고 직시하려는 시도

 

감정은 무엇인가? 감정은 재현/표상인가, 잠재/실재인가? 감정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감정은 개인적인 것인가, 사회적인 것인가? 이 둘의 구별은 유의미한 것인가? 감정은 개인의 행동과 공동체 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감정은 보편도덕의 기반이 될 수 있는가? 감정은 규범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감정과 권력의 관계는 무엇인가?

이 책이 탐구의 중심으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감정의 세계와 감정의 정치를 직시하는 질문들이다. 감정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씨줄로 삼고 철학, 사회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그리고 외교, 안보, 민족 문제를 날줄로 엮어 종합적인 이해를 도모한다. 따라서 이 책의 각 장은 단순한 구별이 아닌 의미 있는 차이이면서도 연결이고,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연속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과 차이는 요새 많이 쓰는 말로 하자면 ‘다학제적’(interdisciplinary) 접근이며, 이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커다란 지적 공헌이다. 감정이 국제정치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존재, 의미, 본질은 물론이고, 감정과 행동유발 간의 상관관계, 감정의 집단화/사회화 메커니즘, 집단공동체 형성에서 감정의 역할 등등, 매우 다양한 문제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요청된다. 이는 국제정치학이 본연의 경계에서 벗어나 혹은 그 경계를 적극적으로 허물고 타 분야와 연결되고 그들의 통찰을 충분히 소화해야만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 책은 감정연구의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 책의 구성

제1장 국제정치와 인간 본성(민병원)은 감정의 개념을 역사철학적으로 고민하고 이를 국제정치학으로 다시 연결시킨다. 감정의 개념을 감정-이성의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재정립하고 이 과정에서 ‘열정’의 개념을 새롭게 제안한다. 역사적, 철학적 배경에서 열정과 감정의 개념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국제정치학에서 이성과 감정, 그리고 열정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관계 설정이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살펴본다.

제2장 공감과 공동체적 삶(소병일)은 감정에 대한 논의를 철학적으로 한 걸음 더 밀고 들어간다. 특히 감정 중에서도 상호적/사회적 감정인 ‘공감’에 주목하고 이를 윤리공동체의 맥락에서 깊이 있게 논한다. 즉 공감을 윤리적 삶 혹은 공동체적 조화의 기초로 모색해왔던 주요 철학자들의 특징과 한계를 검토하고 나아가 현대사회에서 공감(연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제3장 감정, 삶, 사회(하홍규)는 감정의 문제를 사회학적 측면에서 검토한다. 감정을 단순히 인간의 (심리적 또는 생리적) 내면 현상으로만 보려는 경향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사회학자들의 여러 시도들을 소개한다. 감정의 사회적 본질을 인정하고 나아가 사회의 감정적 구성을 주창하는 사회학의 주요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논하고 있는 것이다.

제4장 국제정치학 감정연구의 쟁점, 함의, 그리고 향배(은용수?용채영)는 국제정치학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감정연구들을 이론적, 방법론적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이론화에 주는 함의를 제시한다. 특히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감정연구의 핵심과제는 개인의 감정이 어떻게 집단화/정치화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에 있다고 보고, 감정과 권력정치의 관계를 좀 더 명료하게 이해하기 위한 연구방향과 관련개념을 제시한다.

 

앞선 글들이 감정의 세계, 감정의 정치를 사상적, 개념적, 이론적 측면에서 조망하고 있다면, 뒤이은 글들은 이러한 논의를 좀 더 구체적인 이슈로 연결시키고 (정치적) 경험사례를 통해 확장시킨다.

제5장 감정으로 정치 보기(민희)는 2016-17 촛불집회 현상에 주목하면서 다음과 같이 묻는다. ‘견고한 연대가 없는’ 개개인들을 ‘매주 광장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정치학의 일반적 패러다임인 합리성 모델에서 벗어나 ‘분노’라는 감정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개인의 분노표출과 이러한 분노가 집합적 분노로 전환되는 과정을 ‘집합행동의 틀’과 ‘온라인 표현 공론장’을 중심으로 논한다.

제6장 한미동맹과 감정(이중구)은 한미동맹을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그간 한미동맹은 비대칭적 ‘안보-자율성 교환 동맹’의 전형적인 형태로서 합리성의 관점에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한미동맹에 갖는 양가적 감정과 대미담론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 한미동맹의 지속 혹은 발전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감정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이중구의 글은 잘 보여준다.

제7장 북한 정치체제와 마음의 습속(김성경)은 감정, 특히 ‘마음’과 ‘마음의 습속’(habits of the hearts)이라는 개념을 통해 북한사회와 북한체제를 새롭게 조명한다. 지도자와 인민의 직접적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의 신소(伸訴)제도와 문화는 주체사상과 수령에 대한 절대적 충성의식/의례와 연결되면서 북한주민 ‘마음의 습속’을 형성하게 되었고, 이는 주변 이웃 관계보다는 당이나 수령과의 직접적 관계를 우선시하는 생활태도로 이어지게 된다. 김성경은 이러한 마음의 습속이 북한주민들의 ‘몸에 새겨진 도덕률’이며 이는 현재의 북한사회/체제를 유지하게 할 수도 있고 향후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사회적 힘’이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제8장 도의적 책임 논리와 일본군‘위안부’ 문제 인식의 정치과정(이민정)은 흔히 ‘감정문제’라고 알려진 한일 간 과거사 이슈를 다른 각도로 살펴본다. 구체적으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의 형성과정을 살펴보면서 당시 일본 정부가 내세운 ‘도의적 책임’의 논리가 사실은 국제적 질서와 규범의 변화를 고려한 정치적 이해판단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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